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이론적, 2018년 한국 사례에 대한 실증적 논의들

최점임금제도에 대한 논의들을 한 번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에 씁니다.


가장 원론적인 수준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경제학자들이 왜 가격상한제, 가격하한제를 싫어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경제라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문제를 다루겠습니다.

생산과 분배, 그와 관련된 자원의 배치

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사회가 노동력과 자본을 어느 분야에 얼마나 배치하여 얼마나 만들어 낼 것이고, 그렇게 생산한 것을 어떻게 나눠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가 경제입니다.

사실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계획경제가 어찌보면 가장 직관적인 해법일 수도 있습니다. 계획경제 시스템에서 위에서 다루는 문제는 모두 정부가 결정합니다.

자동차 공장에 노동자가 몇 명이 있어야 할까요? 그 공장에서 자동차를 1년에 몇 대나 생산해야 할까요? 그 자동차를 누가 가져가야 할까요? 자동차가 아니라 치약은 어떻게 생산해서 어떻게 분배해야 할까요?

이 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중앙 당국입니다. 이해하기 쉽죠.


소비에트 붕괴 후, 현시점에서 거의 모든 국가는 시장경제 방식으로 경제를 운영합니다. 시장경제는 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장을 활용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시장이란 가락시장같은 구체적인 장소나 건물이 아니라, 어떤 시스템을 말합니다. 그 시스템은 가격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이 각자 생산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돈을 받고 교환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격입니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 가격이 높아서 생산하면 돈을 많이 벌 것 같은 물건을 만드는 것이 유리합니다. 노동자가 얼마나 배치되어야 하는가? 잘 팔려서 좋은 급료를 주고 노동자를 많이 고용할 수 있는 일자리에 배치됩니다. 생산된 물건이나 서비스를 누가 가져가야 하는가? 그 가격이 물건의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하고 지불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 가져갑니다. 시장경제는 가격이라는 신호를 기반으로 위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 가격은, 어떤 의미에서는 집단지성이 만들어내는 신호입니다.


공산주의는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하지 못해서 시장경제보다 비효율적이었다고들 합니다. 역사적으로 사실이지만, 사실은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설령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모두가 열심히 일했다고 해도 여전히 시장경제가 더 효율적입니다. 그것은 열심히 일하기 전에, 무슨 일을 열심히 할지 결정하는 단계에서 공산권 국가들의 중앙당국보다 시장의 집단지성이 우월했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이 집단지성을 상당히 신뢰하고 정부가 이를 능가하는 판단력을 가지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고 봅니다.

가격 상하한제로 가봅시다. 경제학자들은 어떤 품목에 대해서 가격을 강제하는 제도는, 이 집단지성의 신호를 교란한다고 봅니다. 빵이 너무 비싸면 안 된다고 가격 상한제를 정해버리면, 더 싼 빵이 부족하게 공급된다고 보는 것이죠. 자연스러운 상태였다면 조금 더 비싸더라도 더 많은 빵이 공급되었을텐데 말이죠.


경제학자들이 최저임금제도를 보는 가장 기본적인 시각은 이것입니다. 최저임금제는 가격하한제이고, 가격의 하한선을 정하면 노동을 사려는 사람, 나아가 노동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이죠. 그것은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이것이 전부인가? 그에 대해서는 완전히 결론이 난 것은 아닙니다. 노동시장은 특수성이 있고, 위에서 설명한 시장경제는 하나의 원리이지 실제 세상에서는 그렇게 돌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힘이 수없이 많이 작용하니까요.

30년쯤 전에 이 문제에 대해서 경제학자들에게 물어봤다면, 어느 경제학자에게 물어보든 최저임금은 일자리를 줄인다는 대답에 거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논쟁적인 영역으로 바뀌게 된 것은 90년대 초반에 카드와 크루거라는 경제학자들이 미국 뉴저지와 필라델피아의 식당 종업원 취업을 실증분석한 이후입니다. 18%라는 최저임금 상승이 실업을 증가시키지 않았거나, 어쩌면 좀 줄이는 것 같기도 하다는 결과를 발표했고 나름 뜨거운 감자가 됩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이에 대한 설명 중 하나는 노동시장이 일종의 수요독점시장이라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고용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서, 사람을 필요한 것보다 적게 뽑고 그렇게 해서 일자리가 부족하게 만들어서 돈을 조금만 준다는 뜻입니다. 이건 꼭 악의적이고 의식적인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죠.

이런 경우에 강제적으로 최저 임금을 상승시킨다면 어떻게 될까요? 종업원을 고용하려는 입장에서는 좀 아끼려던 돈을 강제로 아끼지 않고 써야 하게 되고, 그럼 사람이 쉽게 뽑힐 것입니다. 사장이 최저임금이 없었다면 쓰려던 돈은, 사실은 사람을 뽑기에는 좀 어려운 금액이었던 것이죠.

카드와 크루거의 연구는 상당히 화제가 되었고, 여러 번 다시 검증되었습니다. 이 연구가 편향적으로 왜곡되었다는 분석도 있고, 검증해보아도 최저임금의 영향은 크지 않은 것 같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왜곡되었다고 분석한 사람 중에 뉴마크라는 학자가 있는데, 이 사람은 최근에 한국 언론과 인터뷰 한 것이 있습니다. 카드&크루거와 뉴마크의 검토에서 공통된 결론도 있습니다. 그건 바로 최저임금 상승이 소규모 식당의 고용을 늘리고, 프랜차이즈 등의 대형업체의 고용을 줄인다는 점입니다. 또한 가정을 부양하는 입장의 노동자보다 용돈벌이하는 10대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도 공통됩니다.


최저임금에 의해서 누가 영향을 받는가? 이 문제는 '그래서 일자리 문제에 크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은 최저임금이 분배문제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우울한 전망을 제시합니다. 대기업 고용은 줄고 소규모 식당이 고용하고, 돈을 버는 것은 10대의 용돈벌이라는 결론이 될 수 있습니다. 위의 뉴마크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자신의 자식이 식당에 알바를 했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최저임금으로 자식의 알바비가 올랐지만 사실 그 자식은 식당주인의 세 배의 소득을 올리는 뉴마크의 가계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최저임금은 식당주인이 훨씬 더 부유한 뉴마크의 자식에게 지불해야 하는 돈을 늘린 것이죠.

그래서 부의 분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최저임금제가 아니라 다른 제도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카드&크루거라고 해도 최저임금이 어느 선을 넘어서 상승한다면 결국 실업률이 상승한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을 리는 없다는 것이며, 최저임금제가 실업률을 상승시킨다는 전망은 여전히 경제학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카드&크루거의 연구 이후로 이 연관관계가 낡은 이야기가 된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최근 최저임금 16% 상승은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저는 악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쪽에 기울어져 있습니다.

"누구의 이론이 옳은가?" 를 실증주의 학문에서 겨루는 방식은 누구의 예측이 잘 맞는가를 겨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실제로 고용성적은 매우 부진합니다. 2, 3, 4월 연속으로 일자리 수 증가가 20만이 안 되고 있고 이것은 IMF 이후 최악의 성적입니다. 단순히 고용이 부진한 것이 전부가 아니라 세부적으로 봐도 최저임금이 악영향을 끼치리라고 주장하는 측이 지목한 바로 그 업종들의 고용이 부진합니다. 도소매업, 숙박업을 포함한 업종들이죠.

2월 실업률에 대해서는 날씨가 추워서라는 개드립이 있었고,
3월 실업률에 대해서는 기저효과와 (2017년 고용성적이 너무 좋아서 2018년이 부진해보이는 것이다) 고시생 실업률이 원래는 2월에 잡혔는데 올해는 3월에 잡혀서 그런 것이다라는 변명이 있었습니다.

4월에는 더 이상 저런 핑계를 댈 수 없어졌습니다. 한은총재를 비롯해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고용이 매우 부진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급격한 최저임금을 반대하는 측에 설득력이 있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한 가지 떠오르는 점은 최저임금이 지켜지는 비율이 작년 이전에도 낮았다는 점입니다. 결국 최저임금을 주는 측은 삼성이 아니라 한계상황의 자영업자이고, 이들에게는 기존의 최저임금도 굉장한 부담이었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죠.


경제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생산해서 어떻게 나눌것인지를 다루는 문제입니다. 경제성장률이 얼마이든, 분배의 실패는 경제문제의 해결에 적어도 일부는 실패한 것이죠. 분배 문제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최저임금제가 분배문제를 해결하는 주요 수단으로 유용한지에 대해서는 3년 전의 저와 비교하면 훨씬 회의적이 되었습니다. 유럽의 사민주의 영향을 꽤 받은 국가들 중에도 - 예를 들면 독일 - 최저임금제도를 운영하지 않기도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고요.

최저임금제도가 분배문제 해결의 열쇠요 상징일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보기에 좋은 시점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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